게시판

• 목록

매년 30만톤 이상 쏟아지는 굴껍데기. 산처럼 쌓여 악취를 풍기며 ‘폐기물’ 취급받던 이 부산물이 어느 날부터 자원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통영 친환경 기술기업 ㈜이오바이오는 매년 골머리를 앓게 했던 굴껍데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상철 대표는 바다에서 얻은 가치를 다시 지구로 순환하는 일을 하며 친환경 혁신을 일으켰다.

이오바이오는 지난해 5월 정식 출범했다. 이상철 대표는 통영의 굴껍데기를 ‘생활밀착형 고기능 제품’으로써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굴껍데기를 다시 자원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불순물 제거를 핵심 가치로 삼고, 세척 공정을 통해 수산부산물을 친환경 소재로 탈바꿈 시켰다.

인체에 닿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전처리, 살균, 고온소성 과정이 필요하다. 이오바이오의 세척 기술은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벽이 됐다. 그 결과 이오바이오는 지난 5월 굴껍데기 분말을 활용한 제품으로 국내 최초 ‘GR(Good Recycled)’ 인증을 획득하며 자원순환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상철 대표는 “GR 인증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품질, 기능성, 환경성 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국가 인증이다. GR 인증을 받은 굴껍데기 제품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원래 통영, 굴껍데기와 접점이 없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 우연히 남태평양 팔라우의 산호펄 해변에서 굴껍데기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았다.

그는 “팔라우 밀키웨이에서는 물 속에 산호가루가 쌓여 진흙처럼 생긴 펄을 몸에 바르고 스파를 한다. 그걸 보는데 우리 통영 해변에 널려 있는 굴껍데기가 떠올랐다. 매년 신문이나 뉴스에 굴껍데기가 골칫거리라고 나오는데, 굴껍데기 잘 활용한다면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유레카를 외쳤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울과 통영을 오가며 굴껍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심하고 끝없이 연구에 매진했고, 현재는 통영에 자신의 삶을 꾸렸다.

이 대표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실현해 나갔다. 그렇게 이오바이오는 굴껍데기를 활용해 세탁기용 탈취볼, 냉장고용 탈취제, 변기 세정제를 개발,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세탁볼은 세탁기 안에서 물 냄새를 중화시키고, 냉장고 탈취제는 3개월 이상 냄새를 흡착하며, 리필 구조로 재사용까지 가능하다.

이상철 대표는 “이 제품들은 흔히 쓰는 화학 세정제 대신 산화칼슘의 살균력을 이용해 미생물을 억제한다. 기능은 같지만 자극은 없다. 무엇보다 친환경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이오바이오의 기술은 이미 지역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거제 학동 캠핑장과 전북 정읍 어울림숲공원 등에 굴껍데기 세라믹을 활용한 지압길이 설치됐다. 시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이 대표는 최근 멍게껍질을 활용한 기능성 식이섬유 ‘콘드로스 파이버’도 개발했다.

멍게껍질을 가수분해하고, 탈색과정을 거친 후 고압살균해 얻은 이 섬유질은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를 동시에 갖춘 독특한 성분 조합을 자랑한다. 이는 장 내벽 청소와 배변 완화를 함께 돕는다. 오는 10월경 콘드로스 파이버는 타블릿, 파우더, 젤리, 음료형 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맛집의 비결이 좋은 재료에 있듯, 재활용도 깨끗한 소재에서 시작돼야 한다. 해양폐기물은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이오바이오의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해양자원 순환 생태계 구축이다. 멍게, 굴, 미더덕 등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해양자원으로 지역 기반 친환경 산업을 일으키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청년 창업 생태계까지 확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철 대표는 기업가 이전에 바다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다. 그는 언젠가는 통영에서 굴껍데기를 활용한 머드축제를 열고, 더 많은 이들이 ‘바다를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게 꿈이다.

그는 “가장 친환경적인 일은, 자연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하는 일이다. 이오바이오가 그 시작이 되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출처 : 한산신문 / 박초여름 기자